세계인권선언문을 만든 사람들
세계인권선언일 73주년을 맞이하여
-세계인권선언문을 만든 사람들
2021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문이 나온지 73주년이 되는 날이다. 세계인권선언은 인권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나오는 인권의 바이블과 같은 문헌이다. 모든 문헌이 그 시대의 산물이지만, 세계인권선언은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시대적 배경이 있다. 불안정하고 불평등한 국제 질서 속에서 냉전 개시 직전까지 잠시 열렸던 정치적 기회의 창이 합쳐져 채택된 역사적 합의였다.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 ‘인간과 시민의 권리선언’이 나온 적이 있었지만 그것은 프랑스 한 나라의 선언에 불과했다. 하지만 세계인권선언은 세계 각국이 참여하여 보편적으로 선포한 역사상 최초의 인권선언이었다. 1948년 당시 유엔 회원국 수는 58개국으로 지금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서구 강대국과 비서구 개도국이 함께 참여해 작성한 최초의 공동의 문서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된 문서이다.
세계인권선언의 족보를 따진다면 멀게는 1215년 ‘마그나카르타 대헌장’이 있고 가깝게는 ‘유엔헌장’의 직계 자손이라 말할 수 있다. 그 후 세계인권선언은 1966년의 두 가지 국제인권규약과 여러 국제인권법을 낳는다. 이렇게 현대 인권의 역사의 중심에 있는 세계인권선언의 탄생배경을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1946년 유엔 산하에 18개국으로 이루어진 유엔인권위원회가 조직되었고 2년 동안 선언문작성을 준비한 기초위원들의 노력이 있었다. 먼저 인권선언 작성 소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엘리너 루스벨트(1884-1962)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로 유명하지만, 노동자와 여성, 빈곤층의 권리를 위해 노력한 활동가 출신이었다.

첫째 초안을 작성한 캐나다의 존 험프리(1905-1995)는 조실부모하고 고아원에서 자라다 사고로 한쪽 팔을 잃고도 독학으로 열다섯 살에 캐나다 최고의 인문교양대학인 마운트앨리슨 대학에 진학했고, 이후 맥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해 교수가 되었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유엔사무국 인권국장을 지내면서 세계인권선언 작성에 참여했고, 나중에 모교로 돌아가 평생 인권교육에 전념했다. 특히 그는 일본군 종군 위안부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 적극 관여해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두 번째 초안을 작성한 르네 카생(1887-1976)은 유대계 프랑스 지식인으로서 레지스탕스 운동에 뛰어들었던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친인척 중 29명이 나치의 강제수용소에서 죽음을 당하는 비극을 겪고도 살아남아 세계인권선언 작성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노력으로 탄생한 세계인권선언은 무색무취하고 절충주의적인 합의를 천명한 문헌이라는 평을 들을만큼 탈이념적, 비정치적, 반당파적 주장으로 불리는 문서이다. 제1조부터 30조까지의 조항만큼 중요한 전문이 있는데 본문만큼 유명하지 않아 이 곳에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전문
모든 인류는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이며 인권에 대한 무시와 경멸이 인류의 양심을 격분시키는 만행을 초래하였으며, 인간이 언론과 신앙의 자유, 그리고 공포와 결핍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세계의 도래가 모든 사람들의 지고한 열망으로서 천명되어 왔으며, 인간의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서 반란을 일으키도록 강요받지 않으려면, 법에 의한 통치에 의하여 인권이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국가 간의 우호관계의 발전을 증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국제 연합의 모든 사람들은 그 헌장에서 기본적 인권, 인간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남녀의 동등한 권리에 대한 신념을 재확인하였으며, 보다 폭넓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보다 나온 생활 수준을 증진하기로 다짐하였고 회원국들은 국제연합과 협력하여 인권과 기본적 자유의 보편적 존중과 준수를 증진할 것을 스스로 서약하였으며, 이러한 권리와 자유에 대한 공통의 이해가 이 서약의 완전한 이행을 위하여 가장 중요하므로 이에 국제 연합총회는 모든 개인과 사회 각 기관이 이 선언을 항상 유념하면서 학습 및 교육을 통하여 이러한 권리와 자유에 대한 존중을 증진하기 위하여 노력하며, 국내적 그리고 국제적인 점진적 조치를 통하여 회원국 국민들 자신과 그 관할 영토의 국민들 사이에서 이러한 권리와 자유가 보편적이고 효과적으로 인식되고 준수되도록 노력하도록 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과 국가가 성취하여야 할 공통의 기준으로서 이 세계인권선언을 선포한다.
-세계인권선언 각국 번역문은 다음 웹사이트에서 볼 수 있으며, 382개의 언어로 된 버전이 소개된다.
http://www.ohchr.org/en/udhr/pages/searchbylang.aspx
-참고문헌: 조효제, 「인권을 찾아서」, 한울 아카데미, 2011
박서진(창원시 평화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