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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수필] 아이들과 마주이야기

한지선 2022. 8. 30. 16:08

선생님~ OO은 필리핀 사람이에요.돌봄 교실에서 만난 1학년 아이가 한 말이다.

이 말을 들고 또 다른 학생은 △△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이에요.

 

나는 ~ 그렇구나! OO은 필리핀 말을 할 수 있어 좋겠다.”고 했더니, 못한다고 말하자 다른 친구가 쟤는 자기나라 말도 못한대요.” 라며 일러바치듯 말하는 것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동화책 수업을 하는 나는 아이들에게 뭔가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OO은 한국 사람이야, △△이도 한국사람.그러자 학생들 모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한국에서 살고 있고 교육도 받고 있으니 둘 다 한국 사람이야.”

 

아이들이 멀뚱멀뚱 이해가 되지 않은 표정이어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해보였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창원으로 이사 와서 학교를 다니고 살고 있다면 서울사람일까? 창원사람일까?”

아이들이 잠시 생각하더니 “창원사람이요.”라고 대답했다.

그래. 맞아. 그래서 oo과 △△이도 한국 사람이지.

설명이 제대로 된 건지 살짝 걱정되긴 했지만 아이들이 이해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싶었다.

 

“oo△△는 앞으로 필리핀 언어와 우즈베키스탄 언어를 친구들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럼 반 친구들은 덕분에 두 가지 언어를 알 수 있겠지?”라고 덧붙였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보호자의 모국어를 함께 알아가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다.

 

선생님~ 그런데요. ☆☆은 장애인이에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 것일까?

 

그 아이가 말한 ☆☆이는 그날 처음 수업에 들어왔고 장애가 있음을 알지 못했다. 친구들이 장애가 있다고 말하자 ☆☆이는 본인이 장애가 있으며 머리가 아파서 장애인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말했다. 나는 차이와 차별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은 너희들과 조금 다를 뿐이야. 너와 내가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는 거지. 차이를 차별하거나 장애인이라고 해서 놀림거리가 되어서도 안 되지.☆☆이도 장애가 있다고 해서 주눅들지 않아도 돼.

 

반 분위기가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듯 보였다. 아이들과 잠깐이지만 인권의 관점으로 이야기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보며 나 또한 생활 속 인권적 요소들을 발견하는 인권감수성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앞으로도 면밀히 적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영숙 (창원시 평화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