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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콘텐츠] 책 '어린이라는 세계'

한지선 2022. 12. 2. 14:27

▲출처: 교보문고

 

우리 모두는 어린이였다.

모든 어른들은 어린이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단지 유년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어린이들의 마음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 우리는 그때를 잊고 마치 처음부터 어른의 이름표를 달고 태어난 것처럼 행동할 때가 많다. 사실 주변을 둘러보면 어린이를 어린이 그대로 존중하는 어른을 보기는 힘들다. 많이 아는 척을 하거나 처음 보는 어린이에게 반말을 쓰는 어른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내가 어린이였을 때 어른들의 존중을 받아보지 못해서 그렇다는 변론은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김소영 작가를 보면 그 핑계도 무색해지고 만다. 마치 어린이의 마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어른이 된 듯한 작가의 순수함과 섬세함이 나를 또 다시 반성하게 만들었다. 이 책은 작가가 독서교실을 운영하면서 만나는 어린이들의 일상을 보며 자신이 느낀 점을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 속에서 발견한 작은 미립들은 나를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밑줄 긋고 싶은 글귀들을 소개해본다.

 

 

몇 학년 대신 어린이 자신을 기준으로 바라보자. 성취나 완수보다 과정을 격려하고, 양이나 점수로 드러나지 않는 성장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어른인 우리가 할 일은 ‘착한 어린이’가 마음 놓고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나쁜 어른을 응징하는 착한 어른이 되겠다.

 

어린이에게 ‘나라의 앞날을 짊어질 한국인’이라는 말은 자제하자. 어린이는 나라의 앞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을 위해서 살아있다. 나라의 앞날은 둘째치고 나라의 오늘부터 어른들이 잘 짊어집시다.

 

책을 읽다 보니 문득 초등학생인 우리 막내와의 대화 장면이 떠올랐다. 아이는 올 봄에 시골 할머니댁에서 만나고 온 도룡뇽 알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는지 내게 물었다.

 

엄마, 도룡뇽 알들은 뭐 먹어?”

도룡뇽의 알주머니에 영양분이 다 있어. 그걸 먹으면서 자라다가 헤엄칠 수 있을만큼 크면 나오는거야. ”

~ 그럼, 도룡뇽은 집이 밥이야? ”

, 집이 밥이야. ”

 

순간 내 머릿속이 멍했다.

말 그대로 집이 따듯한 밥이 되어야 한다. 어린이들에게 좋은 영양분이 되는 따듯한 가정, 무한한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책임은 어른들에게 있지 않을까?

 

예전에는 한 마을이 그 마을 어린이 모두의 따듯한 둥지 역할을 하였다. '한 명의 아이를 기르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을 것이다. 달 밝은 밤에는 수만리가 한 마을이 된다. 그 마을에 사는 모든 어린이들의 품위를 지켜주는 마음 따듯한 어른이 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바람이 더욱 간절해진다.

 

박서진(창원시평화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