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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안내문 바꿔보기

한지선 2022. 12. 6. 13:35

아동·청소년 인권뿐 아니라 다양한 인권주제를 다루고 있는 부엉이의 시작은 모두가 다 인권에 대한 깊은 관심으로 시작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학습이 성장과 연결되며 수많은 인권옹호 활동의 한축이 될 수 있다는 밀알 같은 믿음이 생겼다. 의견 개진에 진심인 우리의 모습에 함께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지난 8월 정기모임은 기업인권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업은 우리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단위로 기업의 인권에 대한 방향성과 가치는 어쩌면 사회 전반 인권에 대한 영향력의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기업자체의 자정 노력과 더불어 법과 제도의 체계를 갖추는 것이야 말로 인권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를 만들어 가는 것이고 사회적 노력의 일환일 수 있다.

 

기업의 인권경영은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 인간으로서의 존업과 가치를 중시하고 보호하는 경영을 말한다. 기업의 이윤추구에 따른 생산의 효율성에 초점을 맞췄던 기존의 문화에서 노동자의 인권을 생각하고 생산과정에 인권 침해와 환경 훼손 등의 문제는 없는지 살펴본다.

 

나이키라는 글로벌 브랜드는 노동자의 인권침해와 환경오염이 이윤추구라는 이면에 숨겨져 있었고 우리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유행을 선도하는 패스트패션에서도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누군가의 노동이 숨겨져 있다. 우리는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사실에 모두가 이제는 움직여야 함을 자각하고 있다. 이러한 자각들이 어쩌면 인권경영의 흐름을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대견한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이러한 대견한 생각을 모든 사람이 해야 거대한 흐름이 만들어진다. 특히 리더라 불리는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 더 인권친화적인 환경으로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고위층, 간부, 리더 등 다양한 호칭으로 불려지는 소위 강자들은 인권침해의 당사자가 되는 경우가 비교적 드물며 이로 인해 인권감수성을 민감하게 느낄 기회가 적어 보인다. 이에 대한 노력의 일환으로 고위직에게 4대 폭력예방교육(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가정폭력)을 실시하고,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물어 조직의 체질개선을 촉구하는 등의 노력이 행해지고 있다.

 

우리가 나누었던 안내문 한 장에 적힌 ‘혜화역장’의 영향력이 못내 아쉬운 것은 혜화역장을 향한 아쉬움인지 사회적 흐름이 여전함에 대한 아쉬움인지 모르겠다. 우리의 모임 과정에서 이 안내문의 문구가 이해되지 않은 내용들이라 '바꾸는 작업이 필요 없다',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인권감수성 충만한 혜화역장이라면'을 가정해 문구 안에 들어있는 인권침해의 날 선 칼들을 다듬어 보고자 한다.

▲출처: 오마이뉴스

 

'엘리베이터는 어떻게, 왜 만들어 졌을까?'를 생각하며 부엉이가 가진 인권감수성과 인권옹호자의 시선으로 안내문을 해부하고 바꾸어보았다. 사실 이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나와 다른 생각과 시선으로 한 번쯤은 주위를 돌아보고자 하는 노력을 쉼 없이 해야 우리 사회의 연대를 실천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안내문
지하철은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이용하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장애인 이용에 불편함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단체 행동이 있습니다. 혼잡이 예상되어 안전을 위해 엘리베이터 사용을 일시 중지합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혜화역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혜화역장-

 

백선초(창원시평화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