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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양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을 왜 차별하나?

한지선 2022. 12. 6. 15:54

현재 대한민국 영유아 보육(교육) 지원 정책은 유치원,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과 여러 사정으로 가정양육을 선택한 아이들 간에 차별이 발생합니다. 가정양육수당이란 보육료, 유아학비, 종일제 아이돌봄서비스 등을 지원받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되는 만 0-6세 영유아에게 지원되는 금액을 말합니다.

 

지난 2013년부터 전계층 무상보육이 시행된 이후, 2022년 기준으로 어린이집(또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의 경우 매월 35만원(5세) ~ 55만원(만 2, 24시 기준)까지 보육료(또는 유아학비)를 보호자에게 지원합니다. 하지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만 2세는 15만원, 만 3~5세는 10만원의 가정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운영을 위하여 보육(교육)기관에 직접 지원하는 예산을 제외하고도 가정양육수당은 보육(교육)기관 지원금의 1/3~1/5 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가 양육기관을 이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3세 이상 아동 중 가정양육을 하는 인구 비율은 전체 영유아의 약 4%나 됩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만 2세 ~ 만 5세의 자녀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는 자녀를 둔 부모들도 있습니다. 영아기 아이들은 보육시설보다 보호자나 가족과 함께 양육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혹은 국가가 정한 표준 교육(보육) 과정 대신에 대안교육을 선택한 경우도 있습니다.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거나 아토피, 천식 혹은 ADHD와 같은 신체적 어려움 때문에 가정양육을 선택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또 마땅한 보육시설이 없는 농산어촌 지역에 사는 경우도 비슷한 처지입니다. 이러한 경우는 국가의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5세 가정양육수당만 10년째 동결

각 개인의 가정 사정이 있는데 영유아 보육에 있어서 차별 발생

 

이것은 보육(교육)시설에 다니지 않는 아동들의 기본권을 보호하지 못하는 심각한 차별이며 기관에서 아이들을 양육하는 보육교사나 유아교사의 노동은 사회적 노동으로 인정하면서 가정양육을 하는 양육자(엄마, 아빠)의 노동을 육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차별입니다. 보육전문가들은 노동자로서의 지위를 갖지 못한 보호자들을(특히 여성) 대상으로 돌봄 노동에 대한 보상을 통해 공적 영역의 양성 평등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립유치원을 예로 들면 2013년도 만 5세 지원금이 29만원에서 202235만원으로 인상되었는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은 아이들의 가정양육수당은 10년째 10만원으로 동결되어 있습니다. 이에 학부모들은 국회에서 아동양육수당 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고 지난 111일부터 1130일까지 가정양육수당 국회청원운동이 있었습니다. 10년째 동결된 양육수당을 내년부터 최소 20만원이상으로 인상하고, 점차적으로 사립유치원이나 민간어린이집 학부모 지원금과 동일한 금액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과 가정양육수당과 부모수당을 통합하여 지원체계를 일원화하고, 0세부터 5세까지 차별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31일 가정양육수당 인상을 위한 국회 기자회견(제공:차별 없는 세상에서 아이 키우고 싶은 전국 부모 일동)

 

가정양육수당 인상 요구에 관한 국민동의청원은 실패했지만...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을 위해, 그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 증진, 실현하기 위해 만든 국제사회의 약속인 유엔아동권리협약이 있습니다. 대한민국도 1991년 이 협약을 비준하고 아동인권이 국가와 지역사회, 학교, 우리의 가정에서 보장되기 위해 노력한지 30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참여하며, 모든 아동이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양육 방법을 선택하더라도 그 지원에는 차별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쩌면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요?

 

10년째 동결된 양육수당 인상으로 여성의 육아노동을 정당하게 인정하고 보호자의 다양한 교육선택권을 존중하며 차별받고 있는 아이들의 권리가 지켜졌으면 합니다. 양육수당 인상은 헌법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적인 양육수당 제도를 바로잡는 것입니다. 모든 어린이가 안전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보호와 배려를 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차별이 아닌 웃음과 행복으로 커나가길 바랍니다.

 

김민정(창원시평화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