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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콘텐츠] 영화 '4등'

한지선 2023. 6. 2. 16:35

지난 연휴 중 '4'이라는 제목의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인권감수성 부재를 다룬 내용이었다. 영화는 12살 수영선수 준호의 훈련과 성취의 과정을 다루고 있었다. 준호는 열정 부족으로 항상 4등에 머무르게 되지만, 수영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과거 수영 국가대표선수 출신인 광수가 준호의 코치가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였다. 광수는 폭력을 당해 선수 생활을 그만둔 경험이 있는데, 이를 고발하려 했지만 무시당했다.

 

그로부터 16년의 세월이 지난 후 광수가 준호의 코치가 되었고 광수는 준호에게 체벌을 하면서 가혹한 훈련을 시켰다. 가혹한 훈련과 체벌 속에서 준호는 만년 4등에서 2등이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1등과는 0.02초 차이였다. 그러나 1등이 아니라는 이유로 체벌은 계속되었고 준호의 엄마는 아들의 1등을 위해 체벌을 묵인하였다. 준호의 아빠는 준호가 2등이라는 성적을 거둔 것에 체벌이 있었음을 알고 준호가 수영을 그만둘 수 있게 허락한다. 이는 16년 전에 광수가 기자인 준호 아빠에게 폭력을 고발하는 기사를 부탁했을 때 스포츠계 폭력은 일상이라 여기며 기사로 만들어주지 않았던 것과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영화는 폭력이 상황에 따라 정당화될 수 있다는 인식과 인권 감수성 부재를 비판적으로 보여주었다. 스포츠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인권 감수성 부재를 비판하고 있었다. 영화에서 준호는 수영을 그만두었다가 자신의 재능에 이끌려 다시 수영을 시작하고 결국 혼자의 연습으로 1등을 하게 되었다.

 

준호의 1등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준호는 어떻게 1등을 할 수 있었을까? 준호가 1등을 하기까지는 이전의 체벌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자유로움 속에서 스스로의 간절함과 의지로 이루어낸 결과일까? 당연 후자의 해석을 하고 싶다. 준호는 체벌없이도 해낼 수 있는 의지와 재능이 있는 아이였으며 무엇보다 수영을 좋아하고, 잘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엄마의 지나친 기대, 체벌에 대한 두려움을 떠나 준호의 자율성과 간절함이 준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각자의 재능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의 성취를 위하여 어떠한 훈련과 교육이 이루어지든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작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더구나 준호는 12살 아동이다. 아동의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통해 보장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어린이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으로서,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을 아동의 4대 기본권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협약의 제 5조에서는 부모를 비롯한 아동을 보호하는 성인들은 아동의 잠재력을 키워줄 수 있는 방법으로 적절한 감독과 지도를 행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11120일에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하였다. 이는 전세계 196개국(20211월 기준)이 비준한 국제협약으로 가장 많은 비준국가를 보유한 국제인권법이다. 양육과 교육은 적절한 감독과 지도를 필요로 하는 건 마땅하다. 그러나 체벌은 아동의 보호권을 침해하는 폭력행위이며 이로 인해 아동의 발달권, 생존권,참여권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동에 대한 지도와 양육은 결과지향적인 성취보다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아이들이 재능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격려하는 것이 더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영화 ‘4의 이야기는 비단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실 스포츠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자신이 당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준호의 마음은 매우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전해졌다. 수영대회 1등으로 모든게 마무리된 것이 아니라 폭력으로 상처받은 준호의 마음이 치유되어 목표하는 바를 위하여 폭력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신념이 수정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본다.

 

이 영화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태도와 인권 감수성의 부재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더욱 개선되어야 함을 보여주는 영화였다. 더불어 수영을 잘했지만 폭력으로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코치 광수의 삶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임지윤(창원시평화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