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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회복적 정의를 이야기할 때

한지선 2023. 6. 2. 17:03

경남교육청 학교폭력 관계회복을 위한 관계회복지원단운영

평화로운 학교공동체 환경조성위해 전문가 양성 활동 중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로 알려진 유명인들은 더 이상 대중 앞에 서기 힘들어졌다. 비유명인이라고 해도 대학입시 등에 불이익을 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에 대한 이슈로 뜨겁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입시에서 학교폭력 조치사항을 반영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하였다. 이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두는 응보적 정의의 기초한 전통적 형사사법 체계의 관점에서 시작되었다고 바라본다.

 

응보적 정의에서는 정작 당사자인 피해자가 사법절차에서 소외된다는 점’,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고 피해를 회복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점’,‘가해자가 자신을 오히려 피해자로 인식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쉽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1970년대 들어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 패러다임이 등장하여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회복적 정의란, 잘못된 행동(범죄)을 바로잡고, 그 피해가 최대한 치유되도록 관련된 사람들이 함께 피해를 확인하고 책임과 의무를 규명해 나가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의미한다. 2000UN에서는 형사절차상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 활용에 관한 기본 원칙을 채택하여 회복적 사법 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형사사법 절차의 모든 단계에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고 명시한 바 있다. (회복적 경찰활동 운영 가이드,2021)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어 경남교육청에서는 학교폭력 사안에 관련하여 가해·피해학생 간의 실질적인 관계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18개 시군교육청에 250명의 관계회복 전문가들을 양성했다. 나 역시 전문가로 위촉되어 대화모임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학교폭력 관계회복지원 프로그램의 목적은 학교폭력 사안을 단순히 처리해야 할 사건으로 보지 않고 학생 등의 배움과 성장을 위한 관계 재정립에 목적을 두고 있다. 갈등 해결의 방법으로 대화를 선택하여 피해학생의 심리적 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관련 학생뿐만 아니라 보호자, 학교 교사들의 대화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피해 학생의 동의 하에 사전모임, 본모임, 후속모임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전모임에서는 당사자와 활동가가 개별적으로 만나서 서로의 입장, 충족되지 못한 욕구, 상대에게 부탁사항을 듣는다. 양쪽 모두 동의 하에 본모임에서는 관련된 당사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서 회복적 대화 방식으로 대화를 나누는 장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잘못에 대한 인정과 진심 어린 사과, 자발적 책임을 통한 재발 방지 등 앞으로 관계설정에 관한 약속까지 이루어진다.

 

경남교육청 관계회복지원단 활동으로 학교폭력사안이 학생들의 삶에서 성장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들의 관계회복으로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선희(창원시평화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