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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생들이 바라는 인권

한지선 2023. 9. 5. 09:00

9월 4일 검은색 옷을 입고 등교한 김해금곡고등학교 학생들 / 제공: 김해금곡고등학교

월요일에 검은색 옷을 입고 등교하려는 이유

 

돌아오는 월요일(94)은 서울서이초등학교 선생님께서 돌아가신 지 49일이 되는 날입니다. 해당 선생님께서는 지난 시간 동안 교사로서, 개인으로서 감당하기 어려운 크기의 책임과 고통에 시달리셨고 결국 718일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그 비보로부터 우리는 비로소 지금의 학교가 얼마나 깊은 상처와 문제를 안고 있는지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래로 전국 수만 명의 선생님은 교사로서 겪어온 어려움에 공감하고, 입을 모아 교권 회복과 올바른 교육 환경을 호소하고 계십니다. 서이초 선생님의 49재가 되는 다음주 월요일은 교사들이 추진하는 연가파업 형식의 ‘9.4 공교육 멈춤의 날입니다. 30여개의 학교가 재량휴업을 결정했지만 우리 학교는 정상등교를 합니다. 대신 우리 학교 선생님들께서는 서이초 선생님의 죽음을 추모하고, 공교육 정상화의 날을 기리기 위해 검은색 옷을 입고 출근을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바른 교육을 외치고 바라보는 일이 비단 선생님들만의 소명이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건강한 교육을 고민하는 수많은 선생님들의 시선에는 항상 학생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교과서 말고도 수많은 배움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그 배움은 선생님들의 소망, 정성, 개성으로부터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생과 교사는 교육이라는 이름 안에, 학교라는 공간 안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교권이 보장되지 않는 교육 환경에서 교사가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은 반드시 줄어들 것이고 학생들은 나날이 좋은 선생님들을 잃어갈지도 모릅니다.

 

공교육 멈춤의 날에 학교를 멈추는 일을 하지는 못했지만, 어떠한 모양으로든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권유하지 않으셨음에도 저는 월요일에 검은색 옷을 입고 출근하시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을 따라 검은색 옷을 입고 등교를 할 생각입니다.

 

어렵지 않은 일이기에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어 글을 적었지만 공식적인 발언이 아니라 오로지 제 바람만을 눌러 담은 거라는 말도 해야겠죠이 글을 읽고 검은색 옷을 주섬 주섬 꺼내 놓을 사람이 조금은 있지 않을까 하며 마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내일 학교에서 만납시다!

 

김해금곡고 학생회장

제공: 김해금곡고등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