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0일 세계인권선언일 73주년을 맞이하여 『인권인물 이이효재』
지난해 공공기관의 복지정책연구팀에서 연구업무 중 복지종사자들의 인권에 대한 자료를 찾은 적이 있다. 그 중에서 우리 지역에 대한 인권 자료를 찾던 중 인권운동가 이이효재 선생님을 발견했다. 우리 지역에 이렇게 훌륭하신 한국 여성운동가가 있었다는 사실에, 인권활동가인 나로서 큰 자부심을 가졌다.
이이효재 선생은 사회학자이자 여성학자인 부모의 성을 함께 붙여 스스로 ‘이이효재’라고 불렀다. 1924년 경상남도 마산에서 태어나 8.15 해방 직후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3학년 때인 1947년 미국유학을 떠나 앨라배마주립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버지니아대학교 대학원을 마친 후 다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했다. 1957년 귀국해 이화여대에 사회학과를 창설하고 부임했으며, 1981년 이화여대대학원에 여성학과가 개설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여 이후 한국 여성학의 선구자라고 불렀다.
1980년 5.17 전국비상계엄학대조치 이후 4년간의 해직기간 동안에는 통일 분단 민주화 등 사회문제들을 여성문제와 연결시켜 실천하는 여성운동가로서 여성평우회, 여성한국사연구회, 여성민우회의 회장직을 맡았다. 1985년 복지되어 1990년 정년퇴직했고 그 후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한국여성민우회의 ‘함께 가는 생활소비자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를 지냈다.
특히 이효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일본군 성노예제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후 정대협)에서 주목할 만한 활동을 했는데, 1991년부터 정대협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인 문제로 확대시킨 것이다. 1992년 8월 국제연합(UN) 인권소위원회의에서의 공식발표를 시작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이제 국제법적 범죄행위로 공인되어 1995년에 UN에서는 조사단까지 파견했다. 정대협은 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공동활동을 펼치는 아시아 연대회의를 조직했으며, 북한대만 필리핀 인도네시아 중국 등과 함께 활동했다.
1999년 한국여성기금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2001년 한국여성단체연합후원회 공동회장을 맡았다. 이후 이이효재 선생은 경상남도 진해로 내려가 경신사회복지연구소에서 정책 자문, 지역 여성의 사회참여를 위한 연구, 지역 어린이 도서관(기적의 도서관) 건립과 운영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부모성 함께 쓰기를 처음 실천했으며, 가부장제 기반의 호주제 철페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여 2005년 호주제 폐지와 국회의원 비례 대표제 도입과 동일노동 동일임금, 여성 50% 할당제 등 한국 사회 곳곳에 업적을 남겼다. 그의 저서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혼인' 외 다수가 출판되었다.
이이효재 선생은, 우리나라 여성 운동의 선구자로 꼽히는 평생 여성운동의 외길을 걸어왔던 분이며, 지난해 10월4일 향년 96세로 영면했다. 이이효재 선생은 언제나 뜻을 같이 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는 연대를 강조했으며 “누구든지 필요한 사람, 어디든지 만나서 서로 요구하는 사람, 서로 통하는 사람, 우리가 서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같이 만나서 연대를 형성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은퇴 후 1997년에 고향에 내려온 이이효재 선생은 평소 산책과 사색을 위해 진해 제황산을 즐겨 찾았는데, 인권과 생명의 가르침, 이이효재 선생을 기억하는 마음에서 그 길에 ‘이이효재길’이 만들어졌다. 허성무 시장은 추모사업으로 창원이 낳은 여성⦁평화⦁통일운동가 이이효재 선생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9월 30일 이이효재 선생 별세 1주기를 맞아 ‘이이효재 재조명과 지역사회 실천과제’란 주제로 ‘2021 창원 이이효재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진해구 제황산공원 둘레길 이이효재길은 2,226m에 생명숲, 평등, 이음, 평화 4가지 주제의 둘레길로 만들어졌는데, 선생의 평생의 삶을 통해 추구해 온 가치들이다. 이이효재 선생은 늘 생명 그리고 우리 자연과 같이 상생해야 한다고 강조하셨기 때문에 제황산의 이이효재길은 그 뜻이 자연스럽게 탐방객들에게 알려지고 그들의 마음과 삶에 속속 스며들기를 바라본다.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이하여, 우리지역의 인권운동가 이이효재 선생을 뜻을 기리며, 선생님의 삶에 대한 가치, 그리고 평생 추구했던 그런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느끼며, 제황산 ‘이이효재길’ 2021년 올해가 가기 전에 고저넉한 사색의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떨까!
오경숙(창원시 평화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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