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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인권신문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 하는가

by 사자자리 2024. 7. 24.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기욤 피트롱 지음,  양영란 옮김)

 

 

디지털 산업과 생태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내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좋아요’를 누를 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수십억 번의 클릭은 어떤 지리적 분포 양상을 보이며, 그것들의 물질적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그것들은 어떤 생태적‧지정학적 위협을 가하는 걸까? 
이 책은 바로 그런 질문들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미 디지털 기술은 우리의 모든 삶 속에 잠식해 있고, 이로 인해 편리함을 느껴 본 경험은 디지털 기술 없는 생활이란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되어 버렸다. 각자가 스마트폰 하나를 놓고 내 생활 영역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하나 하나 적어보자. 아마 대부분 90% 이상 의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러한 현상이 우리를 긴장시키기도 하고 이제는 포기시키기도 하지만 문제는 우리들의 일상이 가상 세계에 고스란히 복제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중한 개인정보가 원하지 않는 자들이 간직하면서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여러 이익 집단에게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다. 인권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불편한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뭐 어쩌라고. 나는 딱히 숨길 일도 없고, 내 정보는 이미 다 공개되어 있어.’ 등 이런 저런 이유들과 생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주는 당장의 편리함이 주는 매력에 표를 던지는 편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사실 이미 디지털 산업은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되어 전자상거래와 여론 형성과 개인들의 인간관계 등에 좋아요구독’ ‘알람서비스가 주는 긍정 효과가 더 크게 눈앞에 와 닿는다. 자동차배기가스의 배출보다 전동킥보드의 공유 시스템이 훨씬 친환경적일 것 같아 마음이 편해지기도 한다. 실제 하루 하루 달라지는 디지털 기술들은 인류의 가공할 만한 진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저자가 2년간 네 개 대륙을 누비면서 우리의 좋아요 와 여행사진들의 여정을 추적해 본 바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이 지구를 구하거나 기후 위기를 타개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가장 탈물질화한 산업처럼 여겨지는 디지털 산업은 역설적으로 우리를, 우리 모두의 삶의 터전인 지구를 물리학적, 생물학적 한계 속으로 떠미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그 본질을 도무지 파악하기 힘든 디지털 세계를 탐사하면서 그 산업의 어두운 면, 추상적인 것의 지형을 파악하고 탈물질화라는 거의 신비에 가까운 이상을 내걸고서 놀랍도록 물질적인 현대성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해부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한통의 이메일, 한 번의 ‘좋아요’를 누르는 일 뒤에 얼마나 현기증 나는 기만이 우리의 감각이 닿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는지를 명명백백하게 드러내 보일 것이다‘ (책 서문에서)

 

 

이미 좋아요와 빠른 속도와 고화질에 중독 된 일상에서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가장 빠른 속도를 위해 이 바다 저 바다 깊숙이 고속도로를 찾으며 깔리고 있는 광케이블과 엄청난 열을 냉각시키기 위해 수급되는 물로 감당이 안 되니 북극에서 터전을 마련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들은 과연 인류에게 지구에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것일까?

저자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네티즌들은 인터넷의 오락적 측면이 실제로는 무시무시한 힘의 논리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음을 깨달아야한다고 했다.

가장 빠른 속도와 선명한 화질과 기능을 위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더 가속화하기를 기대하고 기다리는 네티즌들은 현란한 결과물이 있기까지, 그리고 그 결과물이 전 인류에게 어떤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 시키고 있는지 알아야한다.

책 마지막 챕터 미래의 길을 읽으면서 이제 우리의 가치기준과 우리의 삶의 방식을 어떻게 전환하고 어떤 공동체를 지향하고 디지털 기술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우리가 지향하는 세계를 어떻게 사람이 주도적으로 변화시켜 갈 것인가를 새로운 시각에서 고민하게 되었다.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통섭의 식탁에 올려놓고 인류의 괜찮아지는 삶을 위해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많이, 깊이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고 확산해 나가면 좋겠다.

그런데 이걸 또 좋아요를 이용해야하는지.... 참으로 어렵다.

 

 

정혜란(창원시평화인권센터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