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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인권신문

[인권콘텐츠] <증인>과 <어른이 되면>

by 한지선 2021. 7. 7.

 

영화 속 발달장애인의 인권을 이야기하다 

나는 경남지역 내 ○○대학교에서 예비사회복지사에게 사회복지학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학기 장애인복지론 수업에서 영화<증인>과 다큐멘터리 <어른이 되면>을 영상콘텐츠를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한 자료로 사용하였다. 두 영화는 비장애인의 시선에서 발달장애인의 삶을 이해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영상콘텐츠 속에 담긴 이야기에서 학생들이 말하길, 발달장애인들이 세상에서 보다 평등하게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감동받은 이야기들을 많은 과제와 시험지 속에 담고 있었다. 과제에서 다수의 학생들이 인권의 의식으로 바라본 관점을 함께 공유하려고 한다.

 

먼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자폐 장애를 지닌 동생을 격리시설에서 데리고 나와 지역 공동체에서 함께 살아가는 경험을 다룬 영화이다)을 만든 장혜영 감독 자매의 이야기다. 지난해 9월 청와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초청 간담회에서였다. 고관대작들은 우리 장애우들”, “우리 장애 친구들이라는 시혜적 호칭으로 말을 꺼내며 그들이 들은 장애인의 어려운 점을 나열했다. 장 감독은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를 분노 혹은 실망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CBS<세상을 바꾸는 시간, 15>, 강연, 유튜브 20181119).

 

그는 대통령님, 우리는 불행이 아니라 불평등 대해 이야기해야 합니다며 말하지 못한 경험을 울먹이면서 강연을 한다. 학생들의 이야기에서는 지금까지 발달장애인을 불행의 시선으로 바라봤고, 더불어 그들은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국가 혹은 가족, 지역사회가 복지혜택의 대상 혹은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했지만 이들은 결코 매순간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세상이 그들을 불행한 존재로 바라보는 것 자체가 불평등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제공하는 장애인복지 정책들은 평등의 개념으로서, 권리의 개념으로서, 지역사회의 한 구성의 사회권을 가진 시민의 당당한 권리이다.

 

영화<증인>은 살인사건이 발생한 유일한 목격자가 서버트 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이고, 증인으로 법적공방에서 증거능력의 근거로 채택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불어 발달장애인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니면서 겪는 학습권 침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지우가 법정에서 증언을 했을 때 변호사 순호는 발달장애인은 정신병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이에 지우는 엄마에게 나는 정신병자입니까?” 라고 되물어보지만, 사회적 편견 속에서도 지우는 약하지 않았다. 자신이 밝히고 싶다고 끝까지 증인을 하겠다고 나서고, 자신이 자폐가 있다고 인정도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에 두려워하지 않았다.

 

영화는 발달장애인의 나약함이나 사회적 편견 속에서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세상과 맞서서 용기를 가지고 당당히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지우의 모습에서, 영화는 지우의 증언이 재판의 결과를 바꾸게 되는 결말을 보이면서 발달장애인의 모습이 장애인이 아닌 한 증거능력을 가진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영화를 시청한 학생들도 발달장애인을 복지혜택의 돌봄의 대상이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고, 세상에 당당히 서기 위해 많은 편견을 뚫고 나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영화의 명대사인 지우가 순호를 향해 던지는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라는 순호의 존재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두에게 던지는 말이었다. 발달장애인과 함께 손잡고 세상에 동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지를 묻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나에게 두 영화는 학교에서 수업을 위한 단순한 과제가 아니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서서 한 발짝 나아가는 발달장애인의 아름다운 고군분투하는 삶과 진정한 연결이고 소통이었다. 여름밤 인권의 관점에서 이들과 소통하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두 영화 <증인>, <어른이되면>을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이선희(창원시 평화인권센터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