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후반 부부와 초6, 중3 아들들의 인권감수성 키우기
버스 정류장은 버스에 타고 내리는 승객을 위해 버스가 정차하는 곳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버스를 1년에 두어 번 정도 이용하는 정도이다. 내가 경험했던 버스정류장은 그저 사람을 태우기 위해 표시를 해둔 곳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의 버스정류장은 사람을 태우기도 하지만 쉼을 주는 장소와 정보를 주는 장소가 된 듯하다.
나는 의자가 좋다. 앉을 수 있다는 것은 서서 멈춤과는 어쩐지 다른 느낌이다. 내 몸을 의자에 맡기고 앉은 것은 뭔가 대우받고 내가 내 몸을 대우해준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길가의 의자들을 보면 배려의 흔적으로 보인다. 요즘 버스정류장은 버스 승객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고 주민의 장소이기도 하다. 누군가가 앉을 수 있는 의자만으로도 배려를 위한 행동이라고 한다면 거기에 더해 버스정류장은 온열 의자와 방풍 텐트 등으로 사람들의 편의도 고려하는 장소가 되었다.
그러나 편의의 공간이 된 버스정류장에 접근하는 것이 모두에게 쉬운 것은 아니다. 공간형 버스정류장의 입구는 휠체어가 통과할 수 있는 길이로 1m가 확보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버스정류장이 1m는 확보되어 있었지만, 입구를 통과해서 버스정류장 안에서 휠체어가 기다리기에는 다소 공간이 좁아 보였다. 휠체어가 들어간다면 비장애인은 입구가 휠체어로 인해 좁아져 있고, 버스정류장 안의 공간도 좁아서 서로에게 난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어보였다. 폭을 넓히기보다는 도로 전면을 향한 길이를 넓혀서 휠체어나 유아차 등이 편하게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이 위에 지붕만 있는 버스정류장으로 입구에 대한 제약 없이 만들어진 곳도 있었다. 벽이 없어서 비바람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주지 못하지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구조이다. 도로 폭이 좁아서 보행로의 확보와 버스정류장의 역할을 고려해서 설치된 듯싶다. 보행로의 폭은 2.0m(부득이한 경우 1.5m)이다. 이렇듯 어느 게 정답이다 싶은 형태는 없다. 도로 사정에 맞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권과 동네 한 바퀴를 하면서 길이의 중요성을 느낀다. 비교적 법규정에 맞게 규격을 따르는 모습을 보이고는 있었으나 줄자를 재었을 때 100cm, 110cm, 120cm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 근접 수치에 늘 약 2cm 정도 부족하게 설치된 경우가 많았다. 언젠가 휠체어의 경사도의 길이를 잰 적이 있었는데 휠체어 보행을 위해 1m로 제작이 돼야 할 부분이, 양쪽에 나무가 있어 안쪽 보행로는 결국 1m가 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설치 시부터 규정된 길이 확보를 감안하여 시공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의 노면은 고르지 못한 부분들이 너무도 많았다. 사람이 많이 머물러서 노면이 고르지 못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이 많이 머무는 곳이라서 노면이 고르게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버스정류장에도 턱은 있었다. 그러나 휠체어가 버스에 승차할 때는 저상버스의 리프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생각이 많았다. 이 당연한 10cm 정도의 턱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턱이 있고, 그것에 맞게 대처를 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하는 복잡한 마음이 생겼다. 물론 버스정류장 외에 사람이 통행하는 곳에는 턱 대신 경사로가 설치되어 있다. 그렇다 해도 턱이 모든 장소에 괜찮다는 것은 아닌데, 그렇다고 마냥 뭐라 할 수도 없는 부분도 있다. 이런 10cm의 턱에서 느꼈던 마냥 괜찮다가 아닌 기분이 오늘 둘러본 버스정류장의 느낌과 같다. 최대한 법규정에 맞게 만드려고 노력하고 지켜지고 있는 곳이었지만, 늘 최소한의 규정에 맞게 만들어지고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가득한 상황들이 너무도 아쉬웠다.
유니버설 디자인(영어: universal design, 보편 설계, 보편적 설계)이란 성별, 연령, 국적, 문화적 배경, 장애의 유무에도 상관없이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 '범용(汎用) 디자인'이라고도 불린다. 이렇게 디자인된 도구, 시설, 설비 등은 장애가 있는 사람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유용한 것이다.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무리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도구, 시설, 설비를 설계하는 것을 유니버설 디자인(공용화 설계)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공공교통기관 등의 손잡이, 일용품 등이나 서비스, 또 주택이나 도로의 설계 등 넓은 분야에서 쓰이는 개념이다.(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이러한 유니버설 디자인, '모두에게 착한 디자인인가?'의 시각으로 본다면 오늘 나에게는 착한 디자인이었다. 그러나 '모두에게 착한 디자인이었나?' 에는 수많은 의문이 생긴다.
[오늘 동네 한 바퀴에 대한 생각 나눔]
현재 : 처음은 버스정류장이 대부분 잘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인권과 동네 한 바퀴 후에는 생각보다 잘 갖춰져 있는 곳이 있었지만 조금 문제 있는 곳이 많이 있어 놀라웠다.
욱 : 괜찮게 되어있을 줄 알았지만 유심히 보니 불편한 부분도 있더라.
엄마의 어김없는 후속 질문으로 '문제 있는 곳은 무엇이었냐?', '불편한 부분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두 분이 방문을 닫고 들어갔다. 그렇다 딱 이런 느낌이었다. 불편하고 문제인 것들이 많은 것 같은데 딱 꼬집어 말하자니 최소한은 지켜지고 있는 부분들이라 내가 감수해야 하는 느낌을 갖게 만드는 느낌, 늘 인권에 관한 느낌은 이렇다. 뭔가 깔끔하게 비판을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깔끔하게 수용할 수 없는 느낌. 저녁식사를 준비해준 신랑과 당연스럽게 따라 나와준 두 아들에게 고맙다.
백선초(창원시 평화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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