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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판/인권신문

[기획연재] 노동과 인권(1)

by 한지선 2021. 10. 7.

출처 : 픽사베이

노동과 인권이라는 주제는 매우 광범위합니다. 주제를 좁혀서 법적인 관점에 한하여 이를 보고자 합니다.

 

국어사전은 노동사람이 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하여 육체적,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 의미에 따르면 대가를 지급받는 것을 조건으로 하지 않는 가사노동, 봉사활동 등도 노동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는 법적인관점에서의 노동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행위가 법적인 의미에서의 노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노동관계 법의 핵심 중 하나인 근로기준법1953년 처음 입법되었는데, ‘노동기본법’ 혹은 노동기준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이라 하여 근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근로열심히 일한다.’는 뜻입니다. 노동이 아니라 근로라는 말을 사용한 것에 대해 노동을 천시해 온 문화의 유산 혹은 반공주의의 프로파간다의 영향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또 과거 식민지 시대에는 ‘근로’정신대와 같은 반인권적 강제 동원에 사용되었던 말입니다. 유신 시절에는 노동력의 착취를 미화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노동노동자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권(human rights)’이란 쉽게 규정하기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 기원과 연혁은 영국의 대헌장’(1215)권리장전’(1689)와 함께 미국 독립선언서(1776), 프랑스 인권선언(1789)등이고, 보다 최근의 것으로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1948년)이 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전문은 모든 인류 구성원의 천부의 존엄성과 동등하고 양도할 수 없는 권리1)’를 인정하는 것이 세계의 자유, 정의 및 평화의 기초라고 하여, 인간이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불가침한 존엄성으로, 법질서 이전의 자연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편적이며 처분할 수 없는 권리라고 인권을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인권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인권이 사람의 권리이며, ‘노동의 주체인 노동자는 사람이기에, 근현대 산업화 이후 노동인권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동법이 생겨나게 된 것은 산업화에 따라 자본이 노동에 대해 가지는 힘의 우위와 이로 인한 불균형이 노동의 착취로 연결되고 이로 인해 인권이 처참하게 유린되었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노동법으로 불리는 1802년 영국의 공장법5세 아동이 하루 15시간 씩 일을 하고 10분 식사를 하며, 굴뚝에서 잠들어 질식하거나 타 죽는 일이 비일비재한 열악한 근로조건과 노동환경이 그 배경이었습니다. 마르크스가 말한 것처럼 자본은 사회에 의해 강요되지 않는 한, 노동자의 건강과 수명에 대해 조금도 고려하지 않는것이므로 사회에 의한 강제와 강요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도 있겠으나, 2021년 현재에도 자본에 의한 노동의 착취는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노동법의 역할과 과제는 자본과 노동 사이의 힘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억제하여, 자본으로 하여금 노동자의 건강과 수명을 즉 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고려하게끔 하는 것에 있습니다. 따라서 여전히 노동과 인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1부 끝>

 

                                                                                                                                                       

1)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the inherent dignity and of the equal and inalienable rights of all members of the human family”, 세계인권선언에 관한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인권 오디세이], 죠효제, 27면 이하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김태형 변호사(창원시 평화인권센터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