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살던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
지인들 속에서 나의 삶을 인정받으며 죽음을 맞는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인생이다.
인권(Human Rights)과 인간의 존엄성(Human Dignity)은 서로 밀접한 관계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인간이라는 그 존재 자체로서 존귀하며,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태어나면서부터 그 권리를 갖고 태어난다는 천부인권사상에 바탕이 있다. 헌법 제 10조에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라는 규정 자체가 인간 존엄성, 인권을 확보하는 법적인 근거이다.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서 죽음에 이르는 생애 전반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내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죽음의 단계에서 존엄성 있는 죽음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냐는 부분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인은 삶의 마무리 단계 즉, 죽음을 맞는 장소가 살아왔던 편안한 집이 아니라 노인관련 시설이나 요양병원, 의료기관이다. 무의미한 치료를 위해 각종 튜브, 약물치료를 하면서 임종기를 맞이하게 되는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2016년 통과되어 시행하고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사전연명의료 의향서 등록자수가 2019년 53만 명에서 2023년 10월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1991년 UN의 노인을 위한 원칙 중 첫 번째 독립의 원칙의 내용 중 ‘가능한 오랫동안 가정에서 살수 있어야 한다.’라는 부분이 중요하다. 태어나서부터 내가 살던 지역사회 공동체에서 살다가 인생의 마무리를 내가 살던 집에서 내가족, 지인이 보는 앞에서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인생의 마무리이며 성공한 인생이자 존엄성이 지켜지는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몸이 불편하거나 병에 걸려 아프게 되면 노인관련 시설이나 병원에서 지역사회, 지인, 가족과 고립된 삶을 살다가 낯선 사람들 속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15년 이상의 임상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200 여명이 넘는 분들의 임종을 지켰다. 자식이 많다 한들 어떤 지위에 있었든 병원, 시설에서 임종을 하게 되면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가 어려운 부분이다.
임종기에 내가 죽음을 맞이할 곳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정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홈스피스) 것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관련 제도나 서비스도 갖추어져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24년 6월 치매, 파킨슨병이 있으신 시어머니께서 집에서 돌아가셨다. 평소 나는 시부모님께 아프시게 되더라도 가능하면 병원에 모시지 않고 집에서 편안히 지내시다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다(홈스피스)고 약속을 하였다. 그렇게 시어머니께서는 집에서 통원 치료를 하며 지내시다 4년 만에 돌아가시게 되셨다. 어머니 시신 옆에 배우자, 아들 둘, 며느리, 손자녀가 모여 앉아 어머니께 그동안 너무나 저희를 위해 애쓰셨고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인사를 드리는 애도의 시간을 가졌다. 문제는 이후의 절차였다. 집에서 돌아가셨다는 이유로 형사, 수사관, 감식반, 국과수까지 연결이 되고 가족들이 다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을 하였으며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검이 진행되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인간의 인권, 존엄성은 인생의 마무리 순간까지 연결이 되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느꼈고 관련 법이나 제도가 필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작년에 명함 제작시에 홈스피스 강사라는 문구를 넣으니 사장님께서 “호스피스인데 오타가 아니냐?”고 전화가 왔었다.
죽음에 대한 인식자체가 부정적이다. 우리는 살아가지만 또한 죽음을 향해 가고 있음을 인식하여야 한다. 그래야 현재 만족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인생은 높은 지위에 있거나 돈을 많이 벌거나 부동산을 많이 가졌거나 고액의 자산가의 삶이 아니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내가 살던 집에서 사랑하는 가족들, 지인들 속에서 나의 삶을 인정받으며 죽음을 맞는 그것이야말로 성공한 인생이다.
정애라(창원시평화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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